지리산..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ㅡ 이원규 ㅡ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나무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 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by ssoony | 2004/08/29 02:50 | 트랙백 | 덧글(1)

마음을..

어디에다가 두고 왔는지.. 모른다.

그렇게 무더웠던 남인도의 모래에 두고 왔는지...

파란 바다에 두고 왔는지..

안나푸르나 산에 두고 왔는지..

캘커타의 마더하우스에 두고 왔는지..

여행사이트를 둘러보면서.. 난 이걸 타고 갈거야.

계획을.. 하나씩 하나씩..

엄마에게 얘기해버렸다.

"엄마. 미안한데 나 결혼안할거야. 인도에 가서 안돌아올거야.."

반은 자신있고 반은 자신없는데....

기억하는 사람들..다 결혼해버려랏~!! 다 보고 가야 맘 놓이지.

많이 그립다. 그곳이...

by ssoony | 2004/01/23 02:13 | 트랙백 | 덧글(4)

길에서 만난 사람이.. 나에게 보내다.

문득 기억납니다.

티벳 접경의 중국에서 제일 높은 마을중의 한곳이라는 리탕에서 숙소근처의 수많은 마니차가 있었던 조그만 티벳곰파가...

그때 그곳에서 보았던 해질녁의 빛들은 너무도 고왔습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 봤음직한 큰 고분 같은 부드러운 능선을 지닌 산들 위로 쏟아지는 빛들을 바라보며 전 또 행복했었죠.

그러한 곳에서는 복잡한 일상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나와 주위의 자연만이 남습니다.

온 몸의 솜털 하나까지도 살아있음을 느끼며 나도 이 자연의 하나임을 느끼게 되고... 온갖 잡다한 고민들로 몸부림치는 개체적인 자아가 아니라 난 그냥 커다란 그림 속의 한 배경임을 알게되고 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내 자신을 느낍니다.

그것과 이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이며 분리할 수 없는 전체이고... 산은 그저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에너지를 지닌 그 어떤 무엇이며, 하물며 내가 좋아하는 언덕 위의 작은 야생화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이 제 자리에서 주어진 자기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하늘과 맞닿아있는 산의 능선 뒤로... 때로는 넓은 고원의 저 끝으로 난 길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 속에서 나는 없습니다.

나를 두 번이나 길 위로 나서게 했던 히말라야로 티벳으로 다시 떠납니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그 품속에서 지낼 볼까 합니다.

by ssoony | 2004/01/13 01:20 | 트랙백 | 덧글(2)

사랑을 했던 순간은...

다 없어지는 사람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죠?

쓸데없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암튼.. 어제 봄날은 간다. 를 봤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때엔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아니..지루하지않았던 장면이 있더군요.

라면먹고 갈래?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말하는 그 장면..^^

아마도..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봐서 그런가요.

헤어지고 나서.. 일주일도 안된 시간이었을겁니다.

봄날은 간다..를 봤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서 왜그렇게 가슴이 아픈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어버렸습니다.

다시..이별뒤..7개월이 넘은뒤 다시 봄날은 간다..를 봤습니다.

여전히 아파오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과의 추억.. 거의 다 묻었나봅니다.

행복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미워해야할것도...다 사라졌습니다.

그땐 그랬는데...이게 아니라 그땐 뭐했더라....?

백지같은..이게 아니라 회색빛의 안개처럼..뿌옇게 떠오르더라구요.

친구에게 말했더니 잘된일이야.

이제 안아파도 된다는거잖아..

글쎄요..

제가 너무 아파할때 헤어진사람에게 원망을 했습니다. 문자가 오더라구요.

"시간이 지남..괜찮아질거야. 악쓰지않아도..그저 조용히.. 버팀 괜찮아질거야.

넌 자유로워져야대..자유로워질거야"

지금은.. 괜찮습니다.

아파도 조용히..진정할수 있을만큼 시간이 지났나봅니다.

by ssoony | 2004/01/11 13:17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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